이미 이 영화를 본 적이 있는 관객이라도 영화를 다시 보게 되면 예상외의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종종 ‘폴란드의 가장 위대한 컬트 영화’로 불리는 이 영화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로 구성된 액자구성을 갖춘 영화의 전형적인 예로 언급되곤 한다. 이야기들은 서로 연관되어 있으며, 때로는 이전 이야기의 의미가 바뀌기도 하고, 이미 규정되어 있는 인물이 다른 식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현실과 환상에 대한 이야기의 미로가 만들어지는데, 이는 영화를 볼 때마다 다른 해석을 가능하게 해준다. 길들여지지 않은 상상력, 화려한 촬영기법, 꿈처럼 모호하고 환각적인 장면과 함께 영화에서 풀어놓는 이야기는 이 영화를 ‘영화는 꿈’이라는 명제를 가장 잘 증명해주는 작품 중의 하나로 부르기에 손색이 없게 만든다. (미할 하친스키).
제리 가르시아는 1960년대에 샌프란시스코 노스비치에서 1965년도에 만들어진 이 폴란드 영화의 축약된 버전을 본 후 이 영화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라고 선언했고 몇 년 후 마틴 스콜세즈,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와 함께 3시간짜리 원본으로 복원하는 작업을 도왔다. 「사라고사 매뉴스크립트」가 왜 컬트영화가 되었는지는 쉽게 알 수 있다.
스페인의 종교재판이 끝날 무렵 나폴레옹 군대의 한 장교—폴란드의 제임스 딘이라 불리는 즈비그니에프 치불스키가 여기서는 평소보다 뚱뚱한 몸매로 등장한다—가 튀니지아의 유혹적인 두 무슬림 공주 자매에 의해 도덕적 시험에 들고, 다양한 인물이 서술하는 적어도 아홉 가지는 되는 이야기가 미로 같은 플롯 속에서 얽히고 설킨다. 그 이야기 속 이야기 구조는 「아라비안 나이트」를 연상시키고 때로는 카프카(주로 그 에로티시즘에서)의 메아리가 들려오기도 한다.
크쥐시토프 펜데레키의 음악은 고전음악에서 플라멩코를 거쳐 현대적이고 즉흥적인 전자음악까지 고루 섭렵하며, 거칠고 바위가 많은 울퉁불퉁한 배경은 흑백 시네마스코프로 우아하게 촬영되었다. 고인이 된 보이체흐 하스는 장인 같은 감독이었는데 사실 이 영화는 그보다는 더 강박적인 로만 폴란스키 같은 인물에게 더 적합한 듯하다. 얀 포토키의 1813년 소설을 타데우시 크비아트코프스키가 각색한 이 작품은 흥미진진한 판타지인 동시에 스토리텔링 자체에 관한 집요한 성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