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 베를린 영화제 심사위원단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모두가 잉마르 베르히만의 <산딸기>가 절대적인 그랑프리라고 믿었지만 뒤늦게 프린트가 도착한 유세프 샤힌의 <카이로역>을 보고 심사위원단은 둘로 나뉘기 시작한것이다. 이 신선한 이집트의 리얼리즘 영화에 유럽과 미국 평단이 반응한것이다.. 그만큼 유세프 샤힌의 <카이로 역>은 카이로 역을 배경으로 모여든
온갖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다큐를 방불케 하는 카메라웍과 출연 배우들의 박동감 넘치는 연기가 유세프 샤힌의 생 날 것의 연출력과 합쳐져 단숨에 관객을 60년 전 카이로의 낡은 역전으로 데려다놓는다. <카이로 역> 이전에는 이집트에도 시네아스트가 존재하는지 서구 평론가들은 거의 알지도 또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카이로 역>은 하나의 전주곡이었다. 이 영화 이후 <이집트> 영화계에서는 마침내 탈 식민주의 사관 움직임이 태동하면서 나세르와 수에즈운하를 배경으로 달콤한 사랑을 노래하는 영화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다. <카이로 역>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 하지만 실상은 결국 사랑 이야기이다. 제각기 성공을 목적으로 카이로 역에 몰려든 청춘 군상들이지만 결국은 사랑 하나 때문에 좌절하고 주저앉고 마는 우울한 이집트의 자화상을 속도감 넘치게 몰아부친다. 특히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목숨을 걸다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는 퀴나위 역을 직접 연기한 유세프 샤힌 감독은 평생 이집트 영화계의 대들보 역을 하였으며 1997년 칸느 영화제에서는 유세프 샤힌 감독에게 평생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한다.
1926년 이집트에서 태어난 유세프 샤힌은 당시 유행하던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영화에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형식을 만들어 내기로 한다. 그 새로운 자습적인 시각이 카이로 역을 유머와 고통으로 가득한, 동시에 동양적인 지혜와 판타지가 가득한 대도시의 역전으로 그려내는데 성공시킨다. 유세프 샤힌은 2008년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도 영화 현장에 있었던 진정한 이집트의 시네아스트였다.
*<카이로 역>은 탄생 50주년을 기념하여 이집트 정부가 앞장 서서 디지털 리마스터링으로 복원하여 전 세계에 다시 선보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