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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비율 : 1080P FULL HD 16:9
오디오 : Korean LPCM Mono
자막 : 본편: 한국어, 영어, 일어 / Subtitles : Korean, English, Japanese
상영시간 : 본편: 93분 Running Time : 93min
디스크수 : 1disc
이시목(이예춘)은 갤러리에서 오래 전에 죽은 아내 애자(도금봉)의 초상화를 발견한다. 택시를 탄 그는 수상쩍은 화가 춘철(추석양)의 집으로 끌려가고 화가는 막무가내로 초상화를 가져가라고 하면서 급하게 이시목을 침대 밑에 숨긴다. 침대 밑에 숨은 그는 화가가 어느 여자에게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자신이 살인범으로 몰릴까 봐 도망친다. 그가 초상화를 가져오고 나서 집안에 괴이한 일들이 발생한다. 오래 전에 죽은 아내 애자가 나타나 아이들을 잡아가고, 불공을 드리고 오던 어머니 허씨(정애란)는 애자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허씨의 몸에 들어온 고양이의 혼령은 집으로 돌아와 허씨 행세를 하지만 가끔 허씨가 고양이와 유사한 행동을 해 시목의 의심을 산다. 아내 혜숙(이빈화) 또한 애자에게 죽음을 맞이하고, 시목은 자신의 어머니에게 고양이 귀신이 빙의했다는 것을 눈치채고 그녀를 죽인다. 시목은 초상화가 화근이라고 생각하고 초상화를 찢으려 한다. 그러나 이때 그는 화가가 남긴 일기를 발견하고 비극의 전말을 알게 된다. 박의사(남궁원)와의 애정행각 장면을 며느리 애자에게 발각당한 허씨와, 애자와 시목의 사이를 시기하던 애자의 친척 동생 혜숙은 시목이 출장 간 사이 애자에게 약을 먹여 말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애자가 화가 춘철과 불륜관계에 있는 것처럼 꾸민다. 돌아온 시목은 화를 내고 허씨와 혜숙은 애자를 춘철의 집으로 쫓아낸다. 애자의 말문이 트일 즈음 허씨와 혜숙은 애자에게 독약을 먹인다. 춘철이 죽어가는 애자를 겁탈하려 하자 애자는 한을 품으며 칼로 찔러 자살한다. 애자는 새끼 고양이에게 한을 풀어달라고 부탁하며 죽고, 고양이는 애자의 피와 살을 먹으며 큰다. 애자의 한을 품은 고양이가 자라 박의사와 허씨, 혜숙에게 복수를 한 것이다.
<살인마>(이용민, 1965) 블루레이 출시(엽서형 렌티큘러 800개 한정판)
한국 공포영화의 출발이자 놀라운 성취 <살인마>를 블루레이로 만나다
한국영상자료원이 초기 공포영화의 걸작 <살인마>(이용민, 1965)를 블루레이로 출시한다. 한국영상자료원이 기획하고 블루키노가 제작한 29번째 블루레이 타이틀이다. 이 영화는 한동안 한국영화사에서 잊혀졌으나 최근 몇 년간 한국영화 연구자나 비평가, 애호가들로부터 재발견되어 이제는 초기 한국공포영화의 걸작이자 이후 한국 공포영화의 초석을 놓은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영화는 2013년 한국영상자료원이 선정한 100선으로 이루어져 온 블루레이 라인업의 첫 예외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국 공포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걸작
<살인마>는 그간 한국영화사에서 제대로 평가되지 못했다. 정전과 작가 중심으로 서술되어온 관행 때문이기도 하고, 공포영화라는 장르 자체가 언제나 B급으로 폄하되어온 전통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영화사에 대한 비평계와 영화팬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존 정전 외 보석 같은 다양한 영화들이 발굴되기 시작했는데, <살인마>는 그 성과 중의 하나이다. <살인마>가 오늘날 주목할만한 작품으로 꼽히는 것은 단순히 공포영화 장르의 초기작이라거나, 이후 한국식 공포영화 관행(여성의 원한과 여귀로서의 회귀)의 모델을 제공했다는 사실을 넘어서는 미학적 성취가 있었기 때문이다. 전시가 끝난 텅 빈 미술관에 도착한 주인공 시목(이예춘)을 짓누르는 폐쇄공포증적 이미지와 편집, 그리고 독특한 사운드가 결합된 특유의 공기가 영화 초반 관객의 귀와 눈을 사로잡는다면, 이후 쉴 틈 없이 몰아치는 불가사의한 사건들의 연쇄는 영화 속 세계 한가운데로 관객을 밀어 넣는다. 무엇보다 고양이 귀신에 빙의한 어머니 허씨(정애란)와, 어머니의 정체를 눈치챈 아들 시목의 대결 장면은 가히 한국영화사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물론 이 영화의 설정과 캐릭터의 일관성, 내러티브의 정합성에는 구멍이 많고, 시각효과 역시 오늘날 관객의 눈에는 허술한 수준임을 부인할 수 없으나 영화의 감상을 방해하는 정도는 아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은 이예춘, 도금봉, 이빈화 등 당대 중견 배우들의 명연기인데, 그 중에서도 인자한 할머니, 표독스러운 시어머니, 요염한 정인, 그리고 고양이에 빙의한 귀신까지 허씨라는 인물의 다양한 면모를 감쪽같이 묘사하는 정애란의 다채로운 연기는 놀랍기만 하다.
한국의 마리오 바바 이용민
<서울의 휴일>(1956)이라는 걸출한 도시 멜로드라마 영화가 다소 알려지기는 했지만, 감독으로서 이용민이라는 이름은 <살인마>와 마찬가지로 그간 한국영화사에서 거의 잊혀졌었다. 1946년 <제주도 풍토기>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연출이력을 시작한 그는 30편의 필모그래피를 남겼지만 그 중 무려 11편이 문화영화나 다큐멘터리, 혹은 단편영화이며, 장편 극영화는 19편에 불과하다. 이 중 <살인마>를 포함한 7편이 공포영화인데, 대부분의 감독들이 장르를 횡단하여 연출하는 관행이 있었던 한국영화사의 전통을 감안할 때, 이쯤이면 공포영화 전문감독으로 불릴만하다. 그래서인지 그는 한국의 마리오 바바라 불리기도 한다. 또한 평자에 따라서 그의 공포영화를 '현대 공포영화'라 칭하기도 한다. 주로 야담이나 괴담에 의존하여 시대극으로 만들어졌던 한국의 전통적인 공포영화와 달리, 이용민의 공포영화는 대부분 기술과 과학(의학)에 근거를 두었거나 이에 결합한 다분히 서구적 방식의 공포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이는 옛 연인을 되살리려 연인의 정령이 깃든 악의 꽃을 창조하려는 과학자 이광수(이예춘)를 등장시키는 그의 첫 공포영화 <악의 꽃>에서부터 시작하여 영혼 이동이라는 과학적 가설을 앞세운 <공포의 이중인간>에서 정점을 이룬다. 또한 그의 공포영화들이 서사적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한국 공포영화의 전통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반면 매우 창의적인 미장센과 공포적 분위기 조성에 있어서 탁월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는 <살인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장점이기도 하다.
아주 특별한 코멘터리 소책자, 고화질로 복원된 마스터, 그리고 렌티큘러 이미지
이 영화의 코멘터리에는 영화비평가이자 감독인 정성일이 참여하였다. 그의 한국영화사 전반에 대한 폭넓은 식견과 이 영화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은 <살인마>를 온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하는 매혹의 순간을 제공한다. 영화비평가 장병원의 감독소개와 작품 리뷰를 함께 한다면 <살인마>와 이용민 감독에 대한 보다 폭넓은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한편 이 블루레이의 영상은 한국영상자료원이 2021년 4K로 복원한 결과물을 소스로 하였다. 복원을 통해 재탄생한 이 영화의 뛰어난 영상미는 우리가 1960년대 한국영화를 다시 한번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특별히 이번 블루레이에는 시목과 허씨의 대결 장면 중 하나를 렌티큘러 이미지로 담은 엽서를 서플먼트로 제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