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력이 쇠한 어머니는 본인이 지금 겪는 고통을 훗날 아들도 똑같이 겪을 것이라며 그를 가엾게 여긴다.
- 영화에 대한 인식의 한계를 뛰어넘는 위대한 작품
::: 줄거리
19세기 러시아의 숲 속, 불치병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어머니와 그녀의 아들이 별장에서 살아간다. 어머니는 걷는 것도, 먹는 것도 힘이 들 정도로 허약하지만 아들은 어릴 적 어머니가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어머니를 돌본다. 어느 날 밤, 어머니와 아들은 같은 꿈을 꾸게 되고, 아들은 어머니를 모시고 산책길에 나선다. 거기서 아들은 어머니에게 오래 전의 엽서들을 읽어 드리고, 그녀를 우리 아가라고 부르며 어머니가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따스하게 위로한다. 그리고 그들은 예전의 즐거웠던 시간들을 추억한다. 그들이 이미 알고 있는, 곧 다가올 이별의 충격을 완화시켜보려는 듯.
소쿠로프는 <어머니와 아들>에서 죽음을 ‘맞이한‘ 인간들과 함께 하고 있는 자연들을 그의 마음속에 있는 명화들처럼 보여준다. 명화에서나 현실에서나 자연은 동적인 순간도, 정적인 순간도 있지만 그 자리에 여전히 존재한다. 필연적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소멸할 인간보다 굳건히. 그러나 가여운 인간의 슬픔에 함께 동화되어 준다. 소쿠로프의 평면들은 그 순간을 너무나 절묘하게 담아내고 있다.
괴로워하는 아들의 목에 새겨지는 주름까지 나무의 나이테와 동화된 것처럼 보인다. 나무의 주름이 아들의 고통에 같이 신음해주는 것만 같았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죽음‘과 아들이 느끼고 있는 고통에 같이 잠식됨을 느꼈다. 이 영화는 오로지 어머니와 아들만 등장하며 어머니의 죽음의 흐름만이 담겨져 있다.
<어머니와 아들>에서 소쿠로프가 말하고자 하는 '시간'이란 물리적이고 자연주의적인 것이 아닌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것이다. 그 속에서 관객은 긴 시간을 유영하며 감독이 제시한 상황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반추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개별쇼트가 긴 시간으로 이어지는 이유는 예술가의 창조물과 관객을 정서적으로 연결시킴으로써 관객의 작품 수용 과정에서 작가와 동일한 위치에 올리기 위함인 것이다. 구체적인 상황과 인물들에 대한 정보에 대한 제시가 없는 것 역시 이러한 까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