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르게이 파라자노프가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에게 헌사한 영화
- 동화의 우아함, 아제르바이잔 전통, 비행으로서의 시간, 선택, 유머, 용기, 사랑,
- 하나의 사건의 일부로서. 과학이 잃어버린 신화 시대의 풍미를 기억할 수
있도록 보석으로 남아 있는 영화
::: 줄거리
음유시인 아쉬크 케립은 부유한 상인의 딸과 사랑에 빠진다. 그녀와 결혼을 위해 그는 천일간의 여정을 시작한다. 그가 세상의 끝까지 여행한 후 천일 안에 돌아올 것을 약속하고 길을 떠나고, 그녀는 한 손에 독약을 다른 손에 칼을 든 채 천일을 기다린다. <아쉬크 카립>은 1986년 세상을 떠난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에게 헌사된 영화이다. 아쉬크 카립의 천일의 여정이 <안드레이 루벨레프>에서 벽화를 그리기 위해 긴 여정에 오른 화가를 연상시키는 것은 그래서 우연이 아니다. 후기에 이르러 민속예술에 관심이 깊어진 것을 반영하듯이, 터키와 아제르바이잔의 민속음악과 춤 그리고 아름다운 민속회화가 아름답게 화면을 채운다.
감독
세르게이 파라자노프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와 더불어 구소련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잊혀진 선현들의 그림자> <수람 요새의 전설> <석류의 빛깔> 등 시적 감수성이 돋보이는 대표작을 통해 민중의 삶 속에 흐르는 문화적 전통을 계승하고자 했다. 청년기에 키예프 음악원 수학, 그 후 모스크바 국립영화학교에 진학. 1951년 졸업 작품 <몰다비아 동화>로 주목을 받았으며 <잊혀진 선현들의 그림자>로 전 세계 비평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러시아 당국의 영화 제작 방침에 따르지 않았던 그는 체포와 투옥을 반복하다 자전적 영화 <고백>을 촬영하던 중 폐암으로 사망하였다.
1964년 발표한 <잊혀진 선현들의 그림자>(Tini Zabutykh Predkiv)는 파라자노프의 대표작으로, 화려한 영상미와 시적 정서가 돋보이는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우크라니아 민담에서 소재를 취한 이 영화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평생을 방황 속에 살아가는 이반이라는 순수한 영혼을 가진 남자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에서 정치, 사회 등 거대 담론에 치중하였던 전통적인 소련의 영화 미학과 구별되었다. 특히 영화 도입부와 마리쉬카의 죽음을 확인하는 장면과 이반의 결혼식 장면에서 보여준 촬영감독 유리 일렌코(Yuri Ilyenko)의 화려한 카메라워크는 이 작품의 백미로, 영화의 스타일적인 측면을 강조하였던 해빙기 소련영화의 경향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잊혀진 선현들의 그림자>의 성공은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Sergei Eisenstein) 감독의 <전함 포템킨>(Bronenosets Potyomkin, 1925)에 비견될 정도였지만, 이 영화로 인해 파라자노프는 즉각적으로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이런 위협과 탄압 속에서도 파라자노프는 <석류의 빛깔>(Sayat Nova, 1968), <수람 요새의 전설>(Legenda Suramis tsikheze, 1984) 등 역작을 내놓으면서 독자적인 영화 세계를 구축해갔다. <석류의 빛깔>은 18세기 아르메니아의 대표적인 시인 사야트 노바(Sayat Nova)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영화로 재현한 작품으로, 이 영화에서 파라자노프는 전작인 <잊혀진 선현들의 그림자>에서 보여준 역동적인 카메라워크 대신 마치 한 폭의 회화처럼 정적이고 고요한 영상미를 보여준다. <수람 요새의 전설>은 투옥 생활 등으로 인해 오랫동안 영화를 만들지 못했던 파라자노프가 15년 만에 발표한 영화였다. 그루지아의 민담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스타일적인 측면에서 <석류의 빛깔>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