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수람 요새의 완성을 둘러싼 민중들의 비극적인 이야기로서 자신의 나라를 위해 삶의 전부를 걸었던 어느 그루지아 전사의 전설을 기초로 만든 영화이다. 조국을 외침으로부터 막기 위해 사람들은 요새를 짓기 시작한다. 하지만 매번 성이 완성되기 직전 마지막 벽돌을 올리는 순간 성이 무너져 버리는 이상한 현상이 생긴다. 그러던 중 한 예언자가 “가장 잘생긴 젊은 청년이 성 안에 감금되면 성은 완성될 것이다”라고 예언한다.
그루지아의 전통 설화을 바탕으로 한 작품. 사람들이 적의 침략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성을 짓지만 완성 직전에 무너져 내린다. 이들은 아름다운 소년을 성벽 안에 산채로 가두어야만 성을 완성시킨다는 계시를 받는다. 투옥생활과 영화활동을 금지 당했던 1970년대 단 한편의 영화도 만들지 못했던 파라자노프의 귀환작이다. 제작비를 조달하기 위해 배우였던 도도 아바쉬제를 공동감독으로 영입하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의 녹슬지 않은 예술혼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감금의 시절을 겪고 난 후 선택한 이 영화는 생매장당할 희생자를 찾는 과정이며 선택된 제물은 강요된 자기희생을 웃으며 감내한다. 어쩌면 체제의 논리를 위해 희생을 강요당했던 감독의 자화상인지 모른다.
감독
세르게이 파라자노프 (Sergei Parajanov)
세르게이 파라자노프는 1970년대에 나타난 이른바 ‘소비에트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한 사람이다. 파라자노프 감독은 자신의 조국 그루지아의 예술적 전통을 영화를 통해 구현하고자 하였는데, 이런 민족주의적 색채가 연방의 안정을 해친다고 판단한 소련 당국에 의해 그의 작품 대부분이 상영금지 되었으며, 감독 또한 수차례에 걸쳐 투옥당하게 된다. <잊혀진 조상들의 그림자>(1964)에서 폭발적인 카메라 워크를 보여주었던 파라자노프는 <석류의 빛깔>(1968)부터는 매우 정적이고 회화적인 연출 기법을 선보이는데, 그루지아의 민담에서 소재를 취한 <수람 요새의 전설> 역시 정적인 화면 구성, 절제된 대사, 비현실적인 에피소드들의 전개 등 후기 파라자노프 영화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는 작품이다. 청년기에 키예프 음악원 수학, 그 후 모스크바 국립영화학교에 진학. 1951년 졸업 작품 <몰다비아 동화>로 주목을 받았으며 <잊혀진 선현들의 그림자>로 전 세계 비평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러시아 당국의 영화 제작 방침에 따르지 않았던 그는 체포와 투옥을 반복하다 자전적 영화 <고백>을 촬영하던 중 폐암으로 사망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