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이름들로 기억된 자랑스러운 독립운동사지만, 그 뒤에는 우리의 무관심 속에 잊혀가는 이름들이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요직에 있었지만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독립운동가, 조상이 독립운동가였음을 입증하기 위해 애쓰는 후손들, 참혹했던 간도 참변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독립운동가를 어떻게 기릴 것인지, 그리고 귀한 역사적 흔적이 남아있는 장소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잊지 말아야 할 우리의 역사이자 현재도 그 아픔이 계속되고 있는 이야기를 만나본다.
1. 찾지 못 한 이름들
국가가 찾지 않았고, 우리가 돌보지 못했던 이름들!
훙커우 공원에 던져진 한 청년의 폭탄이 기폭제가 되어 풍전등화와 같은 처지가 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항저우에서 이끌었던 김철 선생은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독립운동가이다. 병에 걸려 조국의 해방을 보지 못하고 항저우에 묻힌 그의 행적을 찾아 나선 여정은 새롭게 발견된 놀라운 이야기와 훼손되어가는 국외 소재 문화재 현장을 살펴볼 수 있었다. 한편, 집안이 똘똘 뭉쳐 독립운동의 자금을 대던 이규홍 선생은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한 독립운동가이다. 그의 후손은 직접 찾아낸 자료를 들고 국가 보훈처의 문턱을 드나들며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임종하기 마지막 4년을 아들 사업채에 이름 올렸다는 이유로 서훈이 거부됐다. 이처럼 빼앗긴 조국을 되찾기 위해 모진 세월을 보내야만 했던 독립운동가 중에는 유구한 독립운동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유해가 고국으로 봉환되지 못하거나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한 이들이 많다. 후손들의 절박한 사연을 만나보고, 우리가 그동안 무엇을 놓치고 살았는지 우리가 살아온 길을 되돌아본다.
2. 1920년, 간도
결코 망각돼선 안 될 희생과 헌신의 역사!
한반도 북부에 펼쳐진 너른 땅, 간도의 1920년은 그 어느 곳보다 치열했다. 그곳에서 전해진 승전보는 독립을 염원하는 이들을 가슴 뛰게 했지만, 항일의 기운이 거세질수록 일제의 압박이 더욱 악랄해져 1920년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일본군 2만여 명을 투입해 독립군을 지원하던 수천여 명의 조선인을 학살했다. 연변 조선족 중 90% 이상이 독립운동가의 가족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간도 참변과 문화혁명으로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살아야 했기에 사실을 확인할 길이 없다. 한편, 1930년대 일제는 간도 지역의 독립운동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대대적인 집단 이주를 감행했다. 그들의 감언이설에 속아 정든 고향을 등지고 척박한 땅인 간도로 와야 했던 우리 민족들은 고단한 삶을 살아야 했다. 맞서고 부딪히며 누군가는 저항하고, 누군가는 개척하며 온몸으로 간도 땅에 역사를 써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보고, 독립운동가들의 치열한 전투지이며 처절한 탄압 앞에 숨죽여 슬픔을 견뎌야 했던 비통의 땅에서 우리의 흔적을 되돌아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