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이 떠오르지 않아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는 펑정지에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
매일 뜬눈으로 밤을 새우던 그 앞에 한 여인이 스쳐 지나간다.
그녀는보일 듯 보이지 않고,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여인은 펑정지에의 주위를 계속 맴돌고 그가 가는 술집, 거리, 커피숍, 모든 장소에
그녀가 있다.
그리고 어느 새 그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시간이 갈수록 펑정지에는 자신의 내면 속으로 깊게 빠져 들고 꿈과 현실의 경계가 허물어 진다. 눈을 감으면 현대 문명의 소리가 들려오고 다시 눈을 뜨면 울창한 숲 속, 자연의 바람을 받으며 잠에서 깬다.
그는 젊어 있다. 그리고 드디어 자신의 주위를 맴 돌던 여인과 마주하게 되는데….
[About Feng]
여인의 눈동자는 각기 다른 곳을 응시한다
“나는 항상 두 면을 본다. 청색과 홍색, 고전과 현대, 내면과 외면, 죽음과 화려함, 예술과 자본, 이성과 조리. 양쪽을 동시에 보자니 그림 속 여인들의 눈동자는 각기 다른 곳을 보게 된다.”
펑정지에는 중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블루칩 작가이자 여인 초상화로 알려져 있다. 펑의 작품은대중문화와 물질 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중국 여성의 초상화를 통해 중국인의 모습과 심리를 대변하고자 한다.
중국의 전통색채인 붉은색과 그와 대비되는 청록색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여인은 어긋난 시선의 눈동자를 통해 현대인들의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나타내고 있는 듯하다.
“영화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었다”
서사구조 파괴와 좌우 화면분할
이 작품은 한 마디로 이미지와 소리로 분절된 영화이다.
펑정지에를 작품화하기로 결정했을 때, 카메라가 바라보는 피사체의 변화를 소리로, 카메라가 직조하는 펑정지에의 시선을 이미지와 꿈으로 동시에 표현하고 싶었다. 힘든 일이었지만 과감하게 서사를 파괴하고 온전히 화가의 내면과 이미지 그리고 꿈에 집중하고자 했다.
그렇게 화면은 둘로 나뉘었고 다시 하나가 되었고 새로운 자아와 분신이 탄생하게 되었다.
영화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었다.
[Director]
영화감독 민병훈
영화감독 민병훈은 러시아 국립 영화대학 촬영과 석사를 졸업했으며, 졸업 작품 <벌이 날다>로 각종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하려 데뷔하였다. 이 후 <괜찮아 울지마>, <포도 나무를 베어라>, <터치>, <사랑이 이긴다> 등으로 꾸준한 장편 영화 제작과 더불어 예술가의 삶을 다루는 장, 단편 영화 제작도 쉼 없이 진행 중이다.
[Special Features]
가면과 거울 (2012) / 감독 민병훈
90세의 노화백이 있다. 화백은 40년간의 프랑스 생활을 마무리하고 남은 여생을 한국에서 살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프랑스의 삶을 마루리하기 위해 먼 여정을 떠난다. 하지만 자신이 태어난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결국 자신의 죽음과 마주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
감각의 경로 (2015) / 감독 민병훈
김남표. 그가 눈을 감으면 여름에서 겨울, 겨울에서 여름으로 변하고 가는 곳마다 주위를 맴도는 소녀와 한 여인에 매료되어 자신도 모르게 그들의 신비로움에 동화된다. 기묘한 시공간의 체험이 끝날 때쯤 여인의 모습을 캔버스에 옮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