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비율 : 1.85 : 1
오디오 : 한국어 2.0 ch
더빙 : 한국어
자막 : 없음
상영시간 : 69분
디스크수 : 1disc
지역코드 : ALL
-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 제8회 부산평화영화제
- 제17회 전북독립영화제
- 제6회 광주독립영화제
- 제8회 소피아독립영화제
- 제12회 Within the Family 가족영화제
- 제3회 베스테로스 영화제
::: 스페셜 피쳐
- 예고편
::: 줄거리
“주인아줌마한테 전화 왔었어. 우리 집 연장계약 할거냐고.”
결혼 2년 차의 20대 동갑내기 부부 현호와 정희.
남편 현호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오래 전부터 꿈꿔왔던 배우가 되기 위해 여기저기 오디션을 보러 다니고,
아내 정희는 결혼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취업을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20대 기혼여성이다.
추운 겨울. 보일러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 8평 남짓의 원룸에서 삶을 영위해나가던 두 사람은
다가오는 집의 계약만료일에 맞춰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의 집을 알아보기로 한다.
“우리도 남들처럼 살 수 있을까?”
그러던 어느 날. 자신들과 비슷한 또래의 젊은 부부가 살고 있는 넓고 세련된 집을 보게 되는 현호와 정희.
그러나 정작 두 사람은 자신들의 형편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 기가 죽어 낙담하고 만다.
그렇게 현호는 무작정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자신의 꿈을 지지해주던 정희를 속인 채 다른 일을 하기 시작한다.
< Production Note >
1. 작품구상
진작 회사에 취직했던 친구들은 승진을 거듭하고 결혼도 하면서 점점 안정적인 삶에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내가 만들어 왔던 영화들은 어째 관객들을 한 번 만나는 게 쉽지가 않았고, 나는 여전히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불안정한 생활을 하면서, 나의 비교 대상들만 찾아 다니며 매일매일을 좌절 속에서 살고 있었다. 그렇게 나의 이상도, 현실도 모두 내 손에서 멀어지고 있을 즈음, 문득 나는 남들의 행복을 내 멋대로 규정하고 내 멋대로 판단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 줄로만 알았던 사람들 모두가 제각기 저마다의 고충들을 떠안고 있었고, 꾸준히 영화를 만들어 오고 있었다고 생각해왔던 동료들은 오히려 다음 작업에 대한 부담감과 불안을 매번 느껴가면서 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결국 ‘남들 같은 삶’이나 ‘안정적인 삶’이란 건 모두 내가 만들어낸 신기루 같은 허상에 불과했다. 내가 가졌던 불안은 비단 나만의 불안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내 안의 불안과 정면으로 마주해야만 지금의 이 걷잡을 수 없는 감정에서 벗어 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결국 그 방법 중에 하나로 이 감정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담아내는 것을 선택하기로 하였다.
부의 크기에 따라 삶의 윤택함이 결정되고, 그것이 곧 행복의 기준이 된다고 규정하는 사회. 여유롭고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서는 개인의 꿈과 멀어져야만 하고, 현실이 아닌 꿈을 택한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생활을 감내 해내기를 요구 받는다. 이 두 가지 모두를 얻는다는 게 그리 녹록지 않은 지금의 사회에서, 과연 현실의 행복은 도대체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2. 기획단계
시나리오가 완성되기까지의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실 영화를 찍기 위해 <두 번째 겨울>의 시나리오를 썼다기보다는, 그 당시 불안하고 답답했던 나의 심정을 ‘살풀이’라도 하듯이 일단은 뭐라도 써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이것저것 막 써 내려갔던 것이 지금의 이 <두 번째 겨울>이라는 영화의 시나리오였다. 그렇게 꼬박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시나리오에만 매달리다가, 2015년 12월 10일 마침내 마침표를 찍게 된 순간에서야 드디어 이것을 영화로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이 서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것을 영화로 찍어야겠다고 마음먹은 데에는 별다른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냥 내가 잘 아는 감정을 썼다는 것. 이것이 내가 <두 번째 겨울>을 찍어보자고 결심하게 된 이유의 전부였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를 찍을 수 있는 제작비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이미 연말이라 대부분의 제작지원 사업들은 모두 끝나있었고, ‘겨울’이라는 계절이 중요한 영화인지라 지금 이 시기가 아니면 꼬박 1년을 더 기다려야만 했기 때문에, 나는 어떻게 해서라도 이번 겨울에 <두 번째 겨울>을 찍어야만 했다. 그렇게 이번 겨울을 놓치면 안 될 것 같다는 개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결국 그간에 모아놓았던 개인 사비와, 부모님께 빌린 200만 원으로 영화의 촬영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다.
3. 캐스팅
그렇게 영화를 찍겠다고 결심을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랐던 배우는 나의 절친했던 고등학교 동창이자, 나의 습작 단편영화들에 출연했었던 배우 이광현이었다. <두 번째 겨울>의 시나리오를 쓰기 몇 달 전 문자메시지로 추석인사를 주고받으면서 서로의 안부를 묻다 보니 이 친구도 나와 비슷한 고민들을 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은연중에 자꾸 ‘현호’ 역으로 이광현 배우가 떠올랐고, 다행히 시나리오를 호의적으로 읽어본 이광현 배우가 <두 번째 겨울>에 첫 번째 배우로 합류하게 되었다.
그렇게 동갑내기의 두 친구가 함께 영화를 만들게 되자 자연스레 ‘정희’ 역시 동갑내기의 친구가 이 역할을 맡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에 운 좋게도 박가영 배우를 만날 수가 있었다. 어느 날 아주 우연한 계기로 인터넷에서 박가영 배우의 스냅 사진 한 장을 발견하게 되면서, 왠지 이 여성분이 정희 역할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이미 배우로 활동을 하고 계셨던 분이었고, 심지어 나와 이광현 배우와는 동갑내기이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주저 없이 박가영 배우에게 연락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겨우겨우 ‘정희’ 역의 박가영 배우의 캐스팅까지도 무사히 성사시킬 수 있었다.
4. 로케이션
영화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현호와 정희의 집은 이미 시나리오를 쓰기 이전부터 마음속에 염두에 두고 있었던 장소였다. 당시 서울에서 홀로 자취를 하던 학창시절 친구의 자취방이었는데, 하루는 술을 마시러 놀러 갔다가 취기가 올라 “나 여기서 영화 찍어도 되냐?”라고 그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그래, 마음대로 찍어”라고 허락을 해줘서 촬영을 하게 된 곳이었다. 그래서 애초에 <두 번째 겨울>을 구상했을 때부터 그 친구의 자취방을 떠올리면서 시나리오를 써 내려갔다.
그렇게 나는 그 친구의 “그래, 마음대로 찍어”라는 그 말만 믿고서 마음껏 그 집으로 들어가 벽지까지 바꿔가며 대대적인 미술을 감행하였고, 사전에 배우들까지 데리고 가 영화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배우들이 그 공간을 어색하게 느끼지 않도록 만들어 주기도 하였다.
어쨌든 그 친구가 아니었으면 <두 번째 겨울>은 절대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가뜩이나 부족한 예산에 촬영지를 마음껏 쓸 수 있다는 것은, 적은 예산으로 영화를 찍는 나 같은 연출자에게는 축복 같은 일이나 다름없었으니까…
5. 촬영
<두 번째 겨울>은 딱히 별다른 콘티가 존재하지 않았었던 영화였다. 그렇다고 해서 사전에 콘티를 못 짰던 것이 아닌, 대부분의 촬영지들을 자유롭게 구애 받지 않고 쓸 수 있게 된 상황이 되면서 ‘현장의 힘’ 그리고 ‘현장의 느낌’을 믿어가면서 촬영을 해보자고 했던 것이 이 영화의 콘티가 없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 그래서 연출이었던 나 역시도 문경진 촬영감독과 함께 회차를 거듭해나가면서 “이 영화는 이렇게 찍어야 되는 영화구나”라는 것을 점점 체득해가면서 촬영에 임해야만 했다.
그러나 아무런 계획도 없이 막무가내로 촬영을 해나갔던 것은 아니다. 촬영 전에 나와 문경진 촬영감독은 사전에 콘티를 짜지 않는 대신에 한 가지 약속을 하고서 촬영에 임하기로 하였는데, 그것은 바로 ‘현호와 정희’가 ‘관객들’과 서로 비슷한 동일선상의 눈높이에서 동등하게 마주 보고 앉아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애초에 이 영화를 감정에 호소하는 ‘감정 과잉’의 영화로 만들고 싶지 않았고, 따라서 관객들이 현호와 정희 두 사람을 동정의 시선이나, 고착화된 시선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비슷한 눈높이에서 마주 앉아 그냥 우리와 별다를 것 없는 한 명의 ‘인간’으로만 바라봐 주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호와 정희 두 사람의 모습들을 대부분 정면에서 평면적으로 담아낼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현호와 정희는 서로 마주 보고 앉아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카메라를 향해 몸을 돌려 앉아 있는 일이 더 많아지게 되었다.
6. 사운드 디자인
<두 번째 겨울>의 촬영에 별다른 콘티가 없었던 반면, 사운드 연출에 있어서는 시나리오에도 적혀있었을 만큼 아주 확고한 계획들이 있었다. 때문에 영화 속 공간들마다 정확히 어떤 소리들을 필요로 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었고, 촬영이 끝난 후에는 항상 김선우 녹음기사와 하나둘씩 필요로 하는 소리들을 채집해 나가면서 영화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는 작업들을 해나가고는 했다.
특히 김선우 녹음기사가 프레임 안에서 일어나는 소리들을 아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들리도록 채집해준 덕분에, 나는 편집 과정에서 프레임 바깥에서 일어나는 소리들을 과감하게 덧붙일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개중에는 방음이 안 되는 현호와 정희의 집을 뚫고 들어오는 주변 공사장의 소음들과 날카로운 바람 소리, 그리고 보일러 소리가 있었는데, 이렇게 나는 프레임 바깥에서 일어나는 소리들을 활용해 프레임 속의 현호와 정희의 심리 상태를 대변해주고자 했고, 이에 더 나아가 현호와 정희 두 사람이 어떤 보이지 않는 운명들에 이끌려가고 있다는 느낌까지도 이 일상의 소음들을 통해 전달해주고자 노력했다.
7. 디렉팅
현장에서 어떤 특별한 디렉팅이라고 할 만한 것은 딱히 없었다. 그냥 ‘시작’ 아니면 ‘컷’을 외친다거나, 이에 모니터를 확인한 뒤 ‘NG’와 ‘OK’컷을 결정하는 정도가 나의 디렉팅의 전부였던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사전에 배우들과 리딩을 해본 것도 아니었고, 리허설을 해봤던 것도 아니었다. 그 대신 나는 이광현 배우와 박가영 배우를 촬영 전까지 다섯 번 정도 만나 길고 긴 수다를 나누며 어느 정도 친해질 수가 있었는데, 그렇게 나는 (나만 빼놓고) 두 배우가 서로의 속 얘기를 털어놓기도 하고, 짓궂은 장난을 칠 정도로 친해져 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내가 <두 번째 겨울>의 연출자로써 할 수 있는 건 이미 다 끝내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막상 현장에 가보니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여기서 저기까지 걸어가면 돼” 정도의 이야기가 현장 디렉팅의 전부였던 것 같다.
8. 새해 카운트 다운
나는 지난 6년간 매년 홀로 종각에 나가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면서 새해를 맞이하고는 했다. 사실 새해가 다가오기 이전에 썼던 영화의 시나리오에는 종각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대한 내용이 없었다. 그런데 영화를 준비하던 도중 어김없이 새해가 다가왔고, 문득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영화 속에 담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촬영감독도 녹음기사도 구하지 못한 상황이었고, 심지어 이 영화를 찍을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한 정확한 예산이나 계획들조차 정해놓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걸 미리 찍어놓으면 찍은 게 아까워서라도 영화를 끝까지 완성시킬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들어, 결국 2015년의 마지막 날 나 홀로 무거운 촬영장비와 녹음장비들을 짊어지고서 종각으로 향하게 되었다.
촬영은 걱정했던 것보다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매해의 마지막 날마다 꾸준히 찾아왔었던 곳이라 그런지, 나는 내가 몇 시에 도착해야 할지 정확히 알고 있었고, 또 카메라를 들고 어디에 서있어야 하는지, 어떤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아야 하는지도 나의 몸과 머리는 이미 다 알고 있었다. 사실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나 혼자서 촬영과 녹음을 동시에 해야 하는 것이었는데, 그래서 종각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했던 일은 박스 테이프로 영화용 붐 마이크를 내 몸에 고정시켜 내가 붐 마이크고, 붐 마이크가 내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현장의 풍성한 소리들을 5.1 채널의 돌비 사운드 못지않게 재현해내고 싶다는 욕망에 영화용 소품이랍시고 모아놓았던 철 지난 휴대폰들에 녹음 버튼을 눌러두고서 주변 곳곳에 몰래 숨겨놓기도 했다.
어쨌든 <두 번째 겨울>은 이렇게 한 해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본격적인 촬영 준비에 돌입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