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빙 : 영어
자막 : 한국어
등급 : 15세관람가
화면비 : 4:3, color
오디오 : Dolby digital 5.1
상영시간 : 102분
지역코드 : All
:::줄거리
살아남길 원하는가?
인공암벽타기 세계선수권대회가 한창인 경기장.
대회개최자이자 방송해설가인 아이반은 저명한 산악인 로치아 이너코플러를 해설가로 초대한다. 그는 전세계 8천미터급의 정상을 모두 밟아본 사람이다. 따라서 그의 눈엔 겉만 요란한 이런 대회가 마치 어린애 장난같다. 대회는 독일 출신 마틴 세드마이어의 우승으로 끝을 맺는다. 우승 인터뷰 도중 마틴과 로치아는 지구 최후의 등반지로 알려진 쎄로또레에 오를 수 있는 지를 놓고 다툼을 벌인다. 그렇다면 같이 등반해보자고 제안하는 로치아. 마틴 또한 질 수 없다며 흔쾌히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이제 최고의 산악인과 풋내기 젊은이 사이의 목숨을 건 도박이 시작된다.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지방.
만년설로 뒤덮인 우뚝 솟은 쎄로또레는 보는 사람을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약속대로 로치아와 마틴은 쎄로또레 원정을 왔고 아이반 또한 취재차 캠프에 합류해 있다. 하지만 계속되는 기상악화로 원정대는 캠프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다. 서서히 지쳐가는 사람들. 벌써 5주째 캠프만 지키고 있다. 한편 두 번이나 쎄로또레원정에 실패한 적이 있는 로치아로선 묵묵히 때를 기다린다. 그런 로치아가 못마땅한 마틴. 급기야 식량보급차 로치아가 캠프를 비운 사이 마틴과 동료 한스는 쎄로또레를 오르기로 한다. 캠프로 돌아온 로치아는 마틴이 없어진 것을 알고 황급히 그를 찾으러 간다. 어렵사리 눈속에 얼어붙어있는 마틴을 발견한 로치아. 하지만 마틴의 주위엔 한스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캐묻는 로치아에게 횡설수설하는 마틴. 그는 자신이 쎄로또레 등반에 성공했으며 하산도중 눈사태를 만나 한스는 실종됐다고 한다. 충격에 빠진 로치아는 거짓말이라며 등반대를 버리고 홀로 사라진다. 사랑하는 여인 카트리나에게도 한마디 말도 없이.
본국으로 귀국한 마틴은 쎄로또레 최초의 등반자로서 톡톡히 유명세를 치른다. 홀로 남겨진 카트리나와의 운명적인 사랑도 시작된다. 하지만 등반의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기존의 산악인들 사이에서 야유를 받게된 마틴. 그는 다시 한번 쎄로또레를 오르겠다고 발표한다. 이번에는 대규모 방송 촬영단을 동반한 채. 흥행거리가 되는 이 이벤트에 거대자본의 방송국도 가만두질 않는다. 한편 아르헨티나 오지에서 조용히 은둔생활을 하고 있던 로치아는 어느 날 미친 광인을 만난다. 그는 자신이 쎄로또레에 올랐으며 그 곳에 손가락 4개를 받쳤다고 지껄여댄다. 자신의 이름조차도 잃어버린채 쎄로또레에 집착하는 이 광인을 보고 알 수 없는 심정에 휩싸이는 로치아. 드디어 대규모 원정단이 파타고니아로 날아온다. 이제는 마틴의 연인이 된 카트리나를 만난 로치아. 두 사람은 말이 없이 서로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한창 취재준비 중이던 헬기 하나가 쎄로또레의 북쪽 경사면에서 사람 하나를 발견한다. 바로 로치아다. 그는 홀로 가장 위험한 루트로 등반하려는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하자 서둘러 산에 오르는 마틴. 그 또한 기존의 루트를 무시한 채 쎄로또레에 오른다. 만류하는 아이반과 카트리나. 하지만 지독한 폭풍이 불어닥쳐 방송 또한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두 사람의 목숨을 건 도박은 이미 시작된다. 결국 정상을 코 앞에 두고 마틴은 실족하여 떨어져 죽는다. 반면 모진 고난끝에 정상을 밟게되는 로치아. 하지만 그 곳엔 광인이 남겨놓은 흔적이 비웃듯이 그를 바라보고 있는데..
:::제작노트
거대한 산과 그 산을 오르는 인간, 대자연에 맞서는 긴장감 넘치는 도전을 그린 산악 액션은 많은 영화팬들에게 사랑받아 왔다. 그러나 <클리프 행어><버티칼 리미트>등의 그간의 영화들이 스릴러적인 요소를 부각시키기 위해, 또는 대자연과 대조되는 인간의 욕망을 극대화하기 위해 그 배경으로 산을 이용한 것에 반해, 이 작품은 대자연과 인간과의 보이지 않는 교감, '왜 오르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 산에 대한 불굴의 도전 의식과 그 허무함을 정면으로 그리고 있다는 점이 이채롭다.
<위대한 피츠카랄도><아귀레, 신의분노>등의 작품으로 그 이름을 각인시킨 감독 베르너 헤어조그는 아르헨티나 남쪽에 위치한 파타고니아의 절경을 배경으로, 생사를 넘나드는 등반을 장대한 스케일로 그려낸다. 그는 칸느영화제 감독상 수상을 비롯해 영국 아카데미, 베를린 영화제, 에미상, 세자르 영화제, 유러피안 영화제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를 휩쓸며 세계 영화계에서 거장중의 거장으로 공히 인정되고 있다. 이 영화 또한 그 특유의 장대한 스케일의 영상속에 인간과 존재에 관한 심오한 메세지가 담겨있다. 세계 최고의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가 각본과 제작에 직접 참여하여 리얼리티를 추구한것도 허구의 액션으로 잔재미를 이끌었던 종래의 산악액션 영화들과 비교해 볼만한 대목이다.
이 작품의 배경이 되고 있는 쎄로또레봉은 세계에서 가장 오르기 어려운 봉우리로서 "지구 최후의 등반지"이자 수퍼 알피니즘(Super Alpinism)의 발상지라고도 한다. 히말라야의 모든 고봉들이 정복된 후인 1959년에야 비로소 오스트리아의 에거와 이탈리아의 마에스트리에 의해 초등되었으나 에거가 하산 도중 카메라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정상 사진이 없는 이 초등은 쎄로또레의 난이도로 보아 당시 아무도 믿지 않았다. 10년이 넘는 등정시비 끝인 1970년 마에스트리는 쎄로또레로 돌아와 가스 드릴과 무수한 볼트를 사용하여 올랐으나 최대고비인 정상 버섯 모양의 설벽은 쎄로또레의 진정한 일부가 아니라고 등반을 마치고 하산하였다. 이후 수많은 희생자를 내면서 오직 4개팀만이 등정에 성공했으며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 성공한 팀이 없다.
* 위대한 감독 베르너 헤이조그 *
베르너 헤어조그는 1970년대에 이른바 “새로운 독일영화”를 이끌었던 독일 감독들 중에서도 가장 괴짜이면서 독창적인 감독이었다. 헤어조그는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나 장 마리 슈트라우프처럼 진보적인 영화노선을 걷지 않았다. 그의 영화의 분위기는 차라리 시대착오적일 만큼 낭만적이다. 그러나 그의 영화는 일관되게 사회의 외톨이를 묘사했다. 외톨이에 주목하면서 그의 영화는 주류영화의 틀에서 벗어나고 사회에 대해 공격할 채비를 갖춘다. 정상인이 생각하지 못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 혹은 사회의 부적응자가 보통 그의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 유형이다.
헤어조그의 대표작이라는 평가를 받는 <침묵과 어둠의 대지 Land des Schweigens und der Dunkelheit>(1971)의 주인공은 못 보고 못 듣는 여인이다. 그러나 헤어조그가 이 여인을 보는 관점은 연민이나 동정이 아니다. 그 여인을 둘러싼 사회의 어떤 차별에 주목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여인을 존경하는 시각을 느낄 수 있다. 그녀의 삶은 정상인의 삶보다 더 가치있기 때문이다. 보고 들을 수 있는 정상인들은 얕은 경험의 잣대만을 지니고 사회에 안주하지만 이 여인은 그런 정상인, 문명화된 정상인의 선입견에서 자유롭게 벗어나 자기 식으로 세상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헤어조그는 문명이라는 것이 시작되면서 인간 사회가 비정상적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아귀레, 신의 분노 Aguire, Wrath of God>(1972)는 아마존의 밀림으로 군대를 이끌고 들어가는 스페인 장군 아귀레의 모험담이다. 아귀레는 과대망상에 빠져 있다. 자신을 신이라고 생각한다. 아마존과 엘도라도 산맥의 장엄한 풍경 속에서 병사들은 하나둘씩 죽어 쓰러지고 나중에는 반란이 일어난다. 혼자 남은 아귀레는 딸의 시체를 부둥켜안고 중얼거린다. ‘나는 신이다’. 아귀레의 망상을 서구 제국주의자의 망상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여하튼 아귀레는 헤어조그적인 영웅의 전형이다. 베르너 헤어조그는 그 자신이 아귀레처럼 살았다. 그의 영화 경력은 말 그대로 불가능한 모험을 시도하는 투쟁의 역사였다. <아귀레, 신의 분노>를 찍을 때 정글 속의 피로와 고통으로 거의 착란 상태에 빠진 주연 배우 클라우스 킨스키는 헤어조그에게 총을 겨눴다. “영화를 그만 찍을 테냐, 아니면 여기서 죽을 테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