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데우스 3부작이라고는 하지만, 본편 내에서 언급되는 지점은 전작인 <신의 코미디> 한 편에 머문다.
<노란 집의 추억>의 뱀파이어적인 결말이 <신의 코미디>로 어떻게 이어졌는가는 결국 3부작에서 줄곧 이어지는 젊은 여체에 대한 집요함을 넘어선 광기에 가까운 강박에 달려있다. 즉, 데우스 3부작을 파우스트, 뱀파이어, 로리타 콤플렉스, 돈키호테 등의 키워드 등으로 정리할 것인가는 관객의 몫이다.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전술한 영화사의 코미디 캐릭터들의 자취를 잇는 데우스에 대한 과잉된 찬양이 수반될 것이다.
물론, 그것이 과잉인가 아닌가는 논자의 평가에 따라 당연히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엔딩 타이틀의 음성으로 처음 소개되는 것은 감독의 부인 '마가리다 질을 위해'라는 인사말이다.
그의 부인 역시 감독으로 이번 아트시네마 영화제에서 한 편이 상영되지만, 볼 수 있을지 미지수다.
다만, 감독의 작품 세계에 대한 그녀의 평가가 다소 궁금한 정도의 호기심이 인다.
출연진과 제작진을 감독이 직접 소개하는 음성에는 동지애와 긍지가 담겨있다.
첫 장면의 데우스의 행색은 영락없는 노숙자이고 풀잎으로 가리고 소변을 보는 모습은 자유 이상의 달관을 보인다.
신의 사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정복 차림의 중년 남자에게서 거금이 든 상자를 받은 이후부터
영화는 이전의 데우스 2부작보다 다소 관객의 흥미를 머니 환타지로 끌어들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같은 순간에 물에 빠진 소녀를 구하는 시퀀스는 꽤나 영민한데, 데우스의 뒷모습만큼이나 관객의 눈과 귀는
거금이 가득 든 채 열려진 가방의 미래에 있다. 여기서 질문, 이것이 의도라면 지금 이것은 누구를 향해 조준된 것인 것 두말 할 나위 없이 이것은 관객의 심리에 대한 테스트이자 줄다리기이다.
만일 당신이 저 돈가방에 대해 근심했다면 대개의 경우, 그것은 선의가 아닌 탐욕의 발로일 가능성이 크다.
타인의 재산을 염려한다는 것은 여전히 자본에 대한 선망에 사로잡혀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귀엽지만, 이 장면의 묘미는 관객 조롱의 흥겨움에 있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데우스가 물에 뛰어들기 전에 촐랑거리는 몸사위는 그래서 더욱 앙증맞다. 솔직히 예순 넘은 노인이 할 포즈는 아니지 않은가.
여기에 겹칠 수 있는 장면은 데우스가 수녀원에 조안나를 의탁하고 나서 돌아올 때 보이는 수녀들의 자유스러운 군무다.
적어도 여기까지는 영화의 보잘 것 없는 선의는 초대받아 마땅하고 찬양되어질만 하다.
수녀들의 춤사위에서 다음 장면에서 거금이 든 가방은 열린 채로 그대로 데우스를 기다리고 있음 정도는 추정 가능하다.
단평에서 데우스 3부작의 점층법이라 말한 것은
각 편에서 데우스의 자본적 외양이 조금이라도 상승되기 때문이다.
물론, 오히려 미래로의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이는 <노란 집의 추억>과 다른 두 편 사이의 단절이 보이기도 한다.
돌아갈 곳이 없거나 사람만이 남아있는 결말은 밀레니엄을 맞을 당신의 불안을 소화시킬 수 있을지언정,
우리 모두가 그렇게 쓸쓸히 살아갈 용기를 가질 만큼 충분히 변태적이며 강박적이었는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는 거의 한번도 자신이 있는지조차 존재 증명을 해 본 기억이 가물하다.
거부가 된 데우스가 다시 수녀원을 방문하여 조안나를 만나는 시퀀스 안에서 특출한 지점은
원장 수녀와의 식사에서 쟁반 가득 음식을 쌓았다가 한 숟가락도 들지 않는 장면인데,
지금 데우스는 갑자기 찾아온 행운을 어떻게 소화시킬 수 있을지 스스로 감당하지 못함을 은유한다.
카메라가 돌계단 두서넛을 오르고 검은 입구를 오랫동안 응시하다가
그 곳에서 조안나가 등장하고 이후 마치 힐링 캠프라도 온 듯이 조안나의 독백이 이어지는 장면은
명백하게 <노란 집의 추억>에서 성 노동을 하던 미미를 떠올리게 한다.
로베르 브레송이 인물을 다루는 방식에서 다소 격해진 고백들이 리듬감을 살리지만,
이는 차마 전작인 <신의 코미디>처럼 데우스가 조안나를 나신의 여체로 숭배할 수 없음을 은연 중에 드러낸다.
물론, 그는 그 대신에 과일 하나를 반으로 쪼개어 물컹물컹 온 몸이 젖도록 향유하는 대리감을 맛본다
About Movie 01
칸느 필름 영화제 노미네이트
골든 글로브 최우수 감독상 노미네이트
마 델 플라타 영화제 우수 영화상
감독 소개
주앙 세자르 몬테이로
1972년 자신의 첫 장편영화 <신성 가족>(Fragmentos de um Filme Esmola: A Sagrada Família, The Holy Family)를 발표하였으며, 1975년에는 포르투칼의 나토(NATO)가입을 반대하는 노동자들의 시위로부터 영감을 얻은 65분짜리 중편 다큐멘터리 <이 칼로 무엇을 해야하나?>(Que Farei com Esta Espada?, What shall I do with this sword ?)를 연출한다. 이어 포르투칼의 전통 민담과 우화 등에서 소재를 취한 영화들을 연이어 발표한다. <두 명의 군인들>(Os Dois Soldados, 단편, 1978), <세 개의 석류의 사랑>(O Amor das Três Romãs, The Love of the Three Pomegranates, 단편, 1979), <부자와 거지>(O Rico e o Pobre, 단편, 1979) 등의 단편과 <길>(Veredas, Paths, 1978), <실베스트르>(Silvestre, 1982) 등 장편영화를 연출한다.
1989년 영화 <노란 집의 추억>(Recordações da Casa Amarela, Remembrances of the Yellow House, 1989)으로 베니스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하면서 몬테이로는 국제적인 주목을 받게 된다. 이 영화에서 몬테이로는 기이한 성적 판타지를 가진 노인 주앙 드 데우스 역을 맡아 배우로 등장하기도 하였다. 1992년 <최후의 다이빙>(O Último Mergulho, The Final Plunge)를 연출한 몬테이로는 1995년 <노란 집의 추억>의 후속작 <신의 코미디>(A Comédia de Deus, God’s Comedy)를 발표한다. 이 영화에서 몬테이로는 다시 한 번 주인공 주앙 드 데우스 역을 연기한다. 전직 매춘부 주디트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일하는 주앙은 매우 성실하고 엄격한 인물이지만, 여성들의 음모를 모으는 비밀스런 취미를 가지고 있다. ‘생각의 책’이라는 거창한 이름까지 붙이며 취미생활에 몰두하던 주앙은 십대 소녀로 인해 변태늙은이로 몰리면서 소동이 벌어진다. 이 기이한 섹스풍자극 코미디는 은밀한 욕망을 감추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희극적 요소와 시적 정서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앙 드 데우스 3부작은 1999년 영화 <신의 결혼식>(As Bodas de Deus)으로 완결된다. 신의 사자가 부랑자에게 돈가방을 주고 떠난다. 엉겁결에 부자가 된 주앙은 그를 유혹하려는 여인들 사이에서 행복한 모험을 시작한다.
노란 집의 추억
Recollections of the Yellow House
2003년, 몬테이로는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 영화 <오고 가며>(Vai~E~Vem, , Come And Go, 2003)의 촬영을 포기하지 않는다. 감독 자신이 다시 한번 별난 난봉꾼 역을 맡아 리스본을 누빈다. <오고 가며>는 인간의 육체를 가장 불경하면서도 가장 신비한 사원으로 생각하는 몬테이로의 독특한 시선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몬테이로는 이 영화의 개봉 직전 사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