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빙 : English
자막 : Korean, English
화면비 : 16:9 Anamorphic Widesceen
오디오 : Dolby Digital 5.1/2.0
상영시간 : 160분
:::스페셜피쳐
Theatrical Trailer
Interview with director
Commentary by director
:::줄거리
내쉬빌은 컨트리 음악의 도시로 유명하다. 안 그래도 일군의 컨트리 관련 종사자들이 음악제에 참여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하지만 내쉬빌에서는 차기 대통령 후보 선전이 한창이다. 이와 맞물리면서 컨트리음악제는 변질되기 시작하는데 대통령 후보를 알리기 위한 선전 도구로 전락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알트만이 이 영화에서 소재 삼고 있는 컨트리는 순수한 미국적 음악과는 거리가 멀다. 추악한 미국의 이면을 보여주는 장치로 사용되는 것이다.
수상
• 1975년 제1회 LA비평가협회상 각본상(조앤 테퀘스버리)
• 1975년 제40회 뉴욕비평가협회상 작품상, 감독상(로버트 알트먼), 여우조연상(릴리 톰린)
• 1976년 제10회 전미비평가협회상 작품상, 감독상(로버트 알트먼), 남우조연상(헨리 깁슨), 여우조연상(릴리 톰린)
• 1976년 제29회 영국아카데미 시상식 음향상
• 1976년 제3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주제가상(키스 캐러딘의 〈I’m Easy〉)
• 1976년 제48회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키스 캐러딘의 〈I’m Easy〉)
1. 제작 배경
1970년, 한국전쟁 당시 주한미군을 소재로 한 코미디 〈야전병원 매쉬〉(MASH, 1970)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던 로버트 알트먼 감독은 이후 다양한 장르를 실험하지만 실패를 거듭한다. 절치부심하던 중에 그는 테네시주의 내슈빌을 배경으로 한 어떤 영화의 연출을 의뢰받는데, 시나리오는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내슈빌이라는 공간에 흥미를 느낀 알트먼 감독은 작가인 조앤 테퀘스베리에게 취재를 의뢰했다. 그는 내슈빌을 여행하며 매일 일기를 썼고, 그것이 〈내쉬빌〉 시나리오의 원형이 되었다.
2. 현장감을 중요시한 대사와 음악
로버트 알트먼의 영화는 현장에서 얻은 즉흥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완성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내쉬빌〉도 그랬다. 조앤 테퀘스베리와 로버트 알트먼은 전체적인 사건과 각 장면에서 인물들이 할 행동들은 대본으로 치밀하게 구성했지만, 거의 모든 대사는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내거나 배우들에게 맡겼다.
현장감을 중시한 것은 영화에 나오는 음악들도 마찬가지다. 음악영화나 뮤지컬은 스튜디오에서 노래와 연주를 녹음한 뒤 더빙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내쉬빌〉에서는 라이브 공연 다큐멘터리처럼 촬영지에서 배우들이 직접 부르고 내슈빌의 실제 밴드들이 연주한 것을 찍어서 사용했다. 심지어 영화 속 노래들도 배우들이 직접 작사, 작곡했다. 톰 프랭크 역의 키스 캐러딘은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수록곡 상당수를 만들었으며, 바바라 진 역할의 로니 블레이클리 역시 극중 자신이 부를 노래들을 작곡해왔다.
애초 헤이븐 해밀턴 역에는 로버트 듀발, 윈프레드 역에는 베트 미들러 등이 캐스팅되었으나 스케줄 문제로 무산되었다. 영화는 1974년 여름에 내슈빌에서 촬영되었으며 대부분의 엑스트라는 현지 주민들로 충당했다. 그들 대부분은 공연 장면을 구경 온 군중이었는데, 로버트 알트먼 감독은 별도의 통제나 동작지시 없이 그들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나 행동을 카메라에 담았다.
3. 영화적 특징 : 앙상블 캐스팅, 멀티플 스토리라인을 통한 ‘거리두기’
로버트 알트먼 감독의 대표작들에는 몇 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첫 번째는 앙상블 캐스팅이다. 이는 한두명이 아니라 많은 수의 주연배우들이 거의 동등한 비중으로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것을 말한다. 두 번째는 그렇게 많은 수의 캐릭터들이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 즉 멀티플 스토리라인이다. 세 번째는 와이드스크린을 선호한다는 점인데, 이 또한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담기 위한 선택이다. 그외에 탁월한 선곡 감각과 영화를 상징하는 컬러를 다채롭게 활용한다는 점도 로버트 알트먼 감독의 전매특허로 손꼽힌다.
이러한 감독의 성향은 〈내쉬빌〉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예를 들면 이 영화에는 붉은색과 푸른색, 흰색의 컬러가 반복적으로 사용되었는데, 이것은 미국의 성조기를 이루고 있는 색들이다. 이와 관련해서 주목할 영화적 기법은 앙상블 캐스팅과 멀티플 스토리라인이다. 〈내쉬빌〉에는 주요 인물들만 자그마치 24명에 이르는데, 이들은 남녀노소는 물론 정치계, 언론계, 연예계 등 사회 각 부문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다. 영화는 내슈빌이라는 특정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결국 그 속의 인간군상은 당대의 미국인을 대표한다는 의미다. 말하자면 내슈빌은 미국의 축소판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등장해 각자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내쉬빌〉의 복합적인 구성은 ‘거리두기’의 효과를 낳는다. 보통 영화에는 주제의식을 전달하는 메인 캐릭터가 있기 마련이고, 관객은 그 인물의 행동과 대사에 몰입해 영화를 보게 된다. 하지만 로버트 알트먼의 영화에는 그저 각자의 삶을 사는 수십명의 인물들이 있을 뿐 어느 누구도 감독의 주제의식을 대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관객은 어느 한 인물에게 몰입하기보다는 거리를 둔 채 관찰자적인 시선으로 영화를 보게 된다. 감독은 미국인들이 스스로의 모습을 이처럼 객관적인 시점에서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4. 영화의 주제
〈내쉬빌〉이 개봉된 1975년은 야당 선거본부를 도청했다는 혐의로 닉슨 대통령이 하야하게 된 ‘워터게이트 사건’ 이듬해였다. 따라서 많은 평론가들은 〈내쉬빌〉을 그 사건에 대한 반작용으로 해석했으며 실제로 이 영화에서도 정치에 관한 주제의식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로버트 알트먼 감독이 테네시주에 주목한 이유 중 하나도 이곳에서 승리하지 못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적이 없다는 정치적 역사였다.
영화는 마치 워터게이트 사건을 의식한 듯 새로운 정치를 부르짖는 할 필립 워커라는 인물의 유세 차량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차량에서 흘러나오는 그의 연설은 영화 초반부 주요 장면에서 내내 등장하는데, 시민들이 자신의 권리를 인식하기를 독려하는 그의 연설이 시끄럽게 울려 퍼져도 이 소리를 의식하는 인물은 아무도 없다. 컨트리 뮤지션들과 업계 관계자들, 그리고 가수를 꿈꾸는 이들에게 정치는 남의 일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또는 헤이븐 해밀턴의 매니저 역할을 하는 레이디 펄이 술을 마시며 고 케네디 대통령을 추억하는 것처럼 그들에게 정치는 과거사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상황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개혁적인 정치를 내세웠던 할 필립 워커의 선거운동원들도 컨트리 음악을 이용하려고만 하고, 심지어 정당모임에 스트리퍼를 부르기도 한다. 관록의 뮤지션인 줄만 알았던 헤이븐 해밀턴도 주지사 자리를 제안하는 존 트리플렛의 말에 정치적 야심을 드러낸다. 정치는 조금씩 변질되고, 별개로 존재하던 음악과 정치도 서로 유착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할 필립 워커의 유세 현장에 모든 뮤지션들이 모이는 마지막 판테온 장면에서 절정을 이룬다. 이제 정치와 음악은 유착을 넘어 하나가 되고, 바바라 진 저격 사건이 일어나면서 남의 일만 같았던 정치테러 사건이 사람들 한가운데에서 벌어진다. 영화는 줄곧 사람들의 소소한 대화나 일상을 담아내왔는데 이것은 결국 평소에 정치에 관심이 없는 우리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감독은 우리가 관심이 있든 없든 정치는 이미 삶의 중요한 부분임을 마지막 저격 장면을 통해 깨닫게 하고자 했다.
이렇게 정치와 음악 산업의 어두운 이면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내쉬빌〉은 〈뉴욕타임스〉 등으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영화가 지나치게 냉소적이고 비관적이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 작품의 진가는 엔딩에서 드러난다. 바바라 진이 후송되고 나서 혼란에 빠진 청중들을 달래기 위해 밴드는 연주를 시작하고 가수 지망생이었던 윈프레드가 얼떨결에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른다. 처음에는 그녀의 행동에 무관심하던 사람들도 점차 노래를 따라 부르며 안정을 되찾는다. 그녀의 노래에는 어떤 정치적, 상업적 의도도 담겨 있지 않다. 그리고 진심을 담아 부르는 노래가 슬픔을 치유할 수 있다는 것, 여기에 음악의 진짜 가치가 담겨 있다고 영화는 말한다.
5. 후일담
개봉 직후 많은 비평가들은 〈내쉬빌〉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와 레너드 말틴은 모두 만점인 별 네개를 매겼으며 1975년 최고의 영화로 꼽았다. 또한 폴린 카엘은 “역대 영화들 중 미국에 대한 가장 재미있는 서사적 관점”이라며 이 영화의 가치를 평가했다. 1992년에 미 의회도서관의 국립영화보관소는 〈내쉬빌〉을 “문화적, 역사적, 또는 예술적으로 중요한 작품”으로 보존 가치를 인정했으며, 미국영화연구소(AFI)는 ‘영화 100년, 100편의 영화’ 중 59위에 선정했다. 아울러 200만달러의 예산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미국 내에서만 900만달러 이상의 흥행을 거두어 로버트 알트먼 감독은 그간의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영화를 위해 새롭게 만들어진 컨트리곡들도 많은 호응을 얻었다. 특히 키스 캐러딘이 작사, 작곡하고 노래한 〈I’m Easy〉는 AFI 선정 역대 최고의 영화주제곡 81위에 오르기도 했는데 당시 컨트리 음악업계에서는 영화 속 자신들의 묘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이 작품의 성공으로 12년 뒤의 이야기를 담은 속편 〈내쉬빌 12〉도 기획되었으나 결국 무산되었다. 당시 대부분의 배우들이 고스란히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리니아는 정계에 진출하고 바바라 진의 매니저였던 배닛이 라이벌이었던 코니 화이트의 매니저로 변신하는 등의 이야기를 담으려 했다고 한다.
극중 바바라 진이 총에 맞는 장면은 훗날 존 레넌 저격사건을 예언한 것이라며 이야깃거리가 되기도 했다. 존 레넌의 암살범인 마크 데이비드 채프먼이 이 영화에서 영감을 얻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비난도 쏟아졌는데, 이에 대해 로버트 알트먼 감독은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혔다. “존 레넌이 총에 맞은 그날 〈워싱턴 포스트〉에서 전화가 걸려와서 대뜸 “책임을 느끼지 않습니까?”라고 물었다. 나는 대체 이게 무슨 헛소리인가 싶어서 “내 영화의 경고를 무시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느끼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했다.”
